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환자처럼 살면 진짜 환자가 됩니다

기사승인 2024.06.13  20:00:2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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환자처럼 살면 진짜 환자가 됩니다


안녕하세요. 한의사 김형찬입니다. 오늘은 저희 한의원 단골 환자분 이야기부터 시작하겠습니다. 그날은 명상과 참장을 마치고 문을 여는데 한의원 문 앞에 서 계시던 할머니께서 급하게 들어오셨습니다. 밤새 한숨도 못자서 죽겠다면서 상담을 요청하셨습니다. 이 분은 평소에는 잘 체하기도 하고, 잠도 깊이 잘 못주무시는 날이 많아서 그날도 그런가 보다 했습니다.  

그런데 할머니의 눈빛이 불안정 한 것이 평소와는 달라 보였습니다. 그래서 먼저 물을 한 잔 따라 드리고, 천천히 말씀하시라고 했습니다. 물도 급하게 마시고는 말씀을 시작하십니다. “저녁 밥 먹고 여기 저기 채널을 돌리는데, 한의사랑 의사들이 나와서 뇌에 대해서 말을 하더라고. 그런데 거기서 하는 말이 내 증상하고 딱 맞는거야. 그런 사람은 뇌에 문제가 있을 수도 있고, 치매일 수도 있으니까 병원에 가봐야 한 대. 그 말을 듣고 나니까 밤새 머리도 아프고 잠도 안 오고 해서 혼났어~ 아침에 아들한테 전화하니까, 우선 원장님한테 가보라고 해서 왔어.” 

   
 

할머니의 표정은 금방이라도 자신의 뇌혈관이 터지거나 막힐 것 같은 분위기입니다. 숨이라도 돌리셔야 할 것 같아서 차를 한잔 내려 드리고, 혈압도 재 드리고 맥도 봐 드리면서 일단 안심을 시켰습니다. 차트를 보면서 얼마 전에 받은 건강검진 결과와 치매 검사 결과를 기록해 둔 것을 보여 드렸습니다. 결과는 다 좋았습니다. 그제야 마음을 조금 내려 놓는 것 같았습니다. 그날은 심장을 편하게 하는 침을 놔드리고 한숨 주무시고 가시게 했습니다. 웃으면서 고맙다고 하시면서 가셨지요.  

하지만 늘 슬픈 예감은 늘 틀린 적이 없습니다. 한달 후에 오셔서는 뇌혈관을 촬영했는데, 아무 문제가 없다고 했다고 하시며 방긋 웃으며 말씀하십니다. 아~ 역시라는 생각이 들었습니다. 이런 식으로 들어간 돈만 해도 제가 아는 것만 해도 상당합니다. 언제가 아드님이 슬쩍 지나듯 한 말들도 떠올랐습니다. 하지만 만에 하나라는 것도 있고, 늘 불안을 안고 사느니 돈을 쓰더라도 마음의 평화를 얻을 수 있다면 그것도 괜찮지라는 생각이 들었습니다. 그래서 다행이고 잘 하셨다고 말씀드렸습니다.  

   
 

아는게 병이라는 말처럼 건강관련 프로그램을 많이 보는 환자일수록 건강에 관해 불안해 하는 경우를 자주 봅니다. 소화가 좀 안되면 위암이 아닐까 걱정을 하고, 잠을 못자면 치매에 걸리기 쉽다는 말이 신경 쓰여 잠을 더 못 잡니다. 앞서 이야기한 할머니처럼 머리가 아프면 뇌에 종양이 있거나 어디 혈관이 막힌 것은 아닌지 걱정하는 분들도 참 많이 봤습니다.  

이런 분들과 상담을 하다 보면 십여년 전에 만났던 한 환자가 떠오릅니다. 그 환자는 30대 중반의 여성 분으로 제가 만났을 때는 항암제를 맞고 있는 상태였습니다. 부모님이 두 분 다 일찍 암으로 돌아가셔서, 자신은 건강을 관리하는데 정말 최선을 다했다고 했습니다. 건강에 좋다는 것은 다 챙겼고, 음식도 유기농 식재료만 써서 만들어 먹었고, 고기나 커피와 술을 먹고 마시는 것은 정말 일년에 몇 번 손에 꼽을 정도였다고 합니다. 운동도 열심히 하고 잠도 잘 자려고 노력했는데, 암 선고를 받았다면서 자신은 정말 억울하다고 울먹이면서 말했던 기억이 납니다.  

항암제의 부작용으로 인한 증상을 완화하는 치료를 하면서 암이란 병에 대해 다시 고민이 깊어졌습니다. 그러면서 어쩌면 이 환자는 암에 걸리지 않기 위해 최선의 노력을 다했지만, 평생을 암을 의식하면서 살았던 것은 아닐까 라는 생각이 들었습니다. 본인의 생각과 감정 속에는 늘 암이란 공포가 자리잡고 있었고, 이것이 스트레스로 작용해서 암의 가족력에 불을 붙인 것은 아닐까란 생각이 들었습니다.  

태교를 할 때 절대 누구를 닮지 말라고 하면 그 사람을 똑닮은 사람이 나온다는 말이 있습니다. 닮지 말라고 했지만, 실상 그 순간에 늘 그 사람을 떠올린 셈이고, 그것이 엄마의 뇌를 거쳐 아이의 발달에 영향을 주게 되는 겁니다. 그래서 옛 조상들은 가능한 좋은 생각을 하고, 좋은 것을 보고 듣길 권했습니다.  

   
 

이와 마찬가지로 우리가 어떤 병을 더 많이 의식할수록 어쩌면 우리는 그 병에 점점 더 가까워지고 있는지도 모릅니다. 뇌가 판단할 때 이미 환자처럼 생각하며 살고 있다면, 언젠가는 진짜 환자가 되고 말 것입니다.  

과거에는 정보에 어두운 것이 문제였지만, 현대인은 너무 많은 정보를 접해서 문제입니다. 그 중에서도 건강관련 정보는 병, 그중에서 중병과 관련한 내용이 참 많습니다. 그러다 보니 그런 정보를 접하면 접할수록 어제까지는 건강했던 나도 오늘부터는 마치 환자가 된 것처럼 느껴질 수 있습니다.  

만약 어떤 채널의 건강정보가 나를 점점 더 불안하고 강박적으로 만든다면 그 채널은 피해야 합니다. 건강한 음식을 먹어야 하듯, 정보도 가려 먹어야 몸과 마음이 건강할 수 있습니다.  

건강하게 사는 것은 중요합니다. 하지만 우리는 건강하기 위해서 사는 것은 아닙니다. 건강을 돌보는데 너무 소홀해서도 안됩니다. 하지만 병에 걸릴까 늘 노심초사하며 예비환자로 산다면 어느 날이고 결국 환자가 되고 말 것입니다.  

경청해 주셔서 감사합니다.  

* 김형찬 원장은 생각과 생활이 바뀌면 건강도 바뀐다는 신념을 가지고 서울 명륜동 다연한의원에서 환자분들을 만나고 있습니다. <텃밭 속에 숨은 약초>, <내 몸과 친해지는 생활 한의학>, <50 60 70 한의학> <참장> <맛있는 음식보감> 등의 책을 썼습니다. 본 칼럼의 내용은 유튜브 채널인 <암환자생활교실>에서 시청이 가능합니다. https://youtube.com/@ohkinam  

 

김형찬 windfarmer@hanmail.net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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